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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 은 설 명: 2억6천만년 전 남반구와 적도 근처의 땅..
2012/6/17(일)
남쪽에서 온 한반도  

독일 과학자이자 모험가인 알프레드 베게너(1880~1930)는 세계지도를 보다가 남아메리카 동안과 아프리카 서안이 조각그림 맞추기처럼 꼭 들어맞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두 대륙 양안에 유사한 지층과 화석이 연결돼 나타나는 것에 주목하고, 1912년 <대륙과 해양의 기원>이란 책에서 세계의 대륙이 한때 ‘판게아’라는 초대륙으로 뭉쳐 있었다는 과감한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대륙이 어떻게 이동할 수 있었는지 설명할 수 없었던 베게너는 비웃음거리가 됐고, 50살의 나이로 그린랜드 탐험 중 실종됐다. 그의 이론은 오늘날 지구의 현상을 설명하는 가장 유력한 이론으로 평가받는 판구조론이 1960년 등장하면서 옳았음이 밝혀졌다.

인도대륙은 지금도 연간 5cm 속도로 북쪽으로 치받기

판구조론은 지구 내부의 맨틀 대류로 해저가 확장되고 해양판이 대륙판 밑으로 가라앉음으로써 대륙이 이동한다고 설명한다. 그 증거가 히말라야산맥에서 확인된다. 2억 년 전 지구에는 북반구의 로라시아대륙과 남반구의 곤드와나대륙이 합쳐진 초대륙 판게아가 유일한 대륙이었다. 곤드와나대륙에서 아프리카, 남미, 남극, 호주와 붙어있던 인도는 8000만 년 전 대륙에서 떨어져 나와 연간 20㎝라는 ‘빠른’ 속도로 북상을 시작해, 5000만 년 전 아시아와 충돌했다. 두 땅덩어리의 충돌부를 따라 지층이 구겨지고 솟아올라 히말라야산맥과 티베트고원이 만들어졌다. 인도대륙은 현재도 연간 4~5㎝ 속도로 북상 중이며 끊임없이 이 일대의 지각변형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8만 7천여명의 인명을 순식간에 앗아간 규모 7.9의 쓰촨대지진 근본 원인도 이 충돌 때문이었다. 인도와 아시아의 충돌이 히말라야를 낳은 것처럼 북미와 유럽의 충돌한 흔적은 애팔래치아산맥으로, 아프리카와 유럽의 충돌 자취는 알프스산맥으로 솟아있다.

3개 땅덩어리와 2개 습곡대가 한반도 구성

한반도는 인도보다 훨씬 전 벌어진 대륙이동과 충돌의 산물이다.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한반도는 단일한 땅덩어리가 아니다. 낭림육괴, 경기육괴, 영남육괴라는 3개의 선캄브리아(5억 4천만년 이전) 시대 땅덩어리와 그 사이 낀 임진강대와 옥천대라는 2개의 습곡대로 이뤄져 있다.

 

이 두 습곡대는 약 2억년 전인 중생대 초에 형성되었음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한반도의 오랜 땅덩어리는 어디서 왔을까. 중생대에 한반도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판구조론이 이런 의문을 풀 단서를 제공했다.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기반정보연구부 박사는 “한반도와 동아시아 형성은 곤드와나대륙이 분열되면서 시작된 세계적인 격변의 일부”라고 말했다. 고지자기 연구 결과 고생대 초(약 5억 년 전) 동아시아 땅덩어리들은 남반구에 위치한 곤드와나 대륙의 북쪽에 속해 있었으며, 후에 한반도를 이루게 될 땅조각들은 남반구 저위도에서 적도 사이에서 서로 떨어져 있었다. 이웃엔 인도, 호주, 인도차이나, 아프리카 대륙이 있었다.


A.베게너가 주장한 가상의 원시대륙 판게아
<이미지 제공: 한겨레 조홍섭 기자>

 암석에 새겨진 남반구의 기억…생물학적 증거도 뚜렷

한반도가 한때 남반구와 적도 근처에 있었음을 알려주는 결정적 단서는 암석에 남아있는 고지자기이다. 고지자기란 녹은 암석이 굳기 직전 당시의 지구 자기 방향을 기억한 것이다. 지자기의 방향은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어떤 암석이 간직한 고지자기를 알면, 그 암석이 언제 어떤 위도에서 처음으로 굳었는지를 알 수 있다.

 

고생대 때 한반도는 남반구에 위치한 곤드와나대륙의 북쪽에 자리잡았다. 고생대 후기에 들어 맨틀로부터 엄청난 규모의 열덩어리가 올라오면서, 곤드와나대륙이 하나씩 붕괴하기 시작한다. 이윽고 약 2억 6000만 년 전 곤드와나대륙 북쪽 가장자리에서 두개의 작은 땅덩어리들이 떨어져 나가 북쪽으로 먼 여행에 나섰다. 이 땅덩어리들은 1억 8천만년 전 함께 부닥치고 회전하고 봉합함으로써 중한지괴(한·중·일의 주요부를 구성하는 땅덩어리)를 이루게 된다. 중한지괴는 계속 북상하다가 마침내 중생대 백악기 초인 1억 2000만 년 전 남하하던 로라시아대륙의 시베리아지괴와 충돌함으로써, 오늘날 유라시아 모습이 완성되었다.

 

고생대 표준화석인 삼엽충
<이미지 제공: 한겨레 조홍섭 기자>


생물학적 증거도 있다. 고생대의 표준화석인 삼엽충은 주로 아열대의 따뜻한 바다에 살았다. 최덕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강원도 태백·영월 지역의 삼엽충 화석을 북중국·오스트레일리아 화석과 비교한 결과 우리 것이 중국과 거의 같고 오스트레일리아와 유사함을 밝혔다. 최 교수는 “태백·영월이 당시 곤드와나 대륙의 가장자리에서 호주와 이웃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윤수 박사는 최근 서해 백령·소청도에서 고지자기를 확인할 수 있는 8억 년 된 암석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는 “연구결과는 학술지에 연내에 발표될 예정”이라며 “한반도의 이동범위는 예상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

10억년 전 한반도 원초적 ‘뿌리’ 찾을 단서

한반도가 단일한 땅덩어리가 아니라는 것은 한반도 지체구조 연구의 중요한 결실이자 논란거리이기도 하다. 충돌설을 지지하는 연구자들은 중국대륙이 남중국과 남중국 지괴가 충돌해 형성된 것처럼, 한반도도 대륙의 충돌과정에서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이윤수 박사는 “원래 북중국지괴에 있던 영남육괴는 남중국지괴에 있던 경기육괴와 충돌하면서 내려와 붙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의 대륙충돌대가 한반도의 임진강대로 연장된다는 주장은 아직 다이아몬드나 코에사이트 등 대륙충돌의 더 결정적 증거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김정환 서울대 명예교수(지질학)는 “한반도가 남반구에서 이동해 왔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충돌설을 두고는 논란이 많다”며 “초고압광물 한 두 개 발견이 아닌 충돌선을 보여주는 증거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반도의 지체구조
<이미지 제공: 이윤수>


한반도의 기반암은 대개 선캄브리아대(5억4000만 년~46억 년)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5억 년보다 더 먼 과거에 한반도는 어디에 있었을까. 오랜 기간 변성을 겪고 유일한 단서인 고지자기마저 흐릿해진 당시를 되살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중생대 동안 극심한 조산운동이 일어난 한반도에서 선캄브리아대의 암석에서 잔류자화를 찾아내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로 여겨졌다. 최근 이윤수 박사는 수년간의 연구끝에 서해 백령·소청도의 약 8억년 된 암석에서 1차 고지자기 방향을 추출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는 “10억 년에서 8억 년 전 사이 지구상에는 판게아 이전의 초대륙인 로디니아가 존해했음에 비추어 수년 안에 한반도의 고지리 복원이 10억 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홍섭 / 환경전문기자 ecotink@hani.co.kr
현 <한겨레> 환경전문기자로, EBS <하나뿐인 지구> 진행 (2005년) <환경과 생명의 수수께끼>, <프랑켄슈타인인가 멋진 신세계인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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