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30(일)
불교  

한국인인 우리는 왜 불교를 알아야 할까요? 불교는 우리 한국인, 더 나아가서 동양인에게 그저 하나의 종교가 아닙니다. 불교는 한 때 전 동양을 석권했고 지금도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종교입니다. 지난 역사 동안 인도 동쪽으로 있는 국가 가운데 불교를 국교로 받아들이지 않은 국가는 하나도 없었습니다(필리핀은 제외). 그런가 하면 중국이 공산화되기 전까지 불교는 세계에서 신도 수가 가장 많은 종교였습니다. 그래서 불교가 동양 문화 형성에 끼친 영향은 필설로 다 할 수 없습니다.

석굴암 본존불상의 모습. 372년 고구려에 불교가 들어온 이후 삼국시대, 통일신라, 고려를 거치며
한국의 불교문화는 꽃을 피웠다. <출처: Richardfabi at Wikipedia.org>

 

불교의 세계로의 전파


불교가 매우 영향력 있는 종교사상이라는 것은 단 두 가지 사실만으로도 알 수 있습니다. 우선 불교는 중국인들이 받아들인 유일한 외래 사상입니다. 그들은 받아들인 데에 그치지 않고 새롭게 발전시켜 선불교(Zen Buddhism)를 만들어냈습니다. 중국은 중화주의로 인해 역사적으로 외래 사상을 받아 들이는데에 매우 인색했습니다. 그런데 불교는 예외적으로 전 중국이 환호하면서 받아들였고 급기야는 유교와 도교와 함께 중국의 종교전통이 되어버렸습니다. 선불교는 이러한 과정 속에서 대승불교와 노장사상이 거대하게 융합되면서 나온 중국 최고의 걸작품입니다. 

 

선불교가 대단한 종교사상이라는 것은 구미에서 이 불교가 현재 크게 유행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 수 있습니다. 지금 서구에서 불교는 엄청난 세를 불리고 있는데 이 현상 역시 아주 특이한 것입니다. 서양인들도 자존심이라면 중국인 못지않습니다. 최근의 인류사는 그들의 독무대였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결코 다른 사상을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불교는 그 속을 뚫고 들어갔습니다. 아니 억지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문화교류 과정에서 서양인들이 불교의 위대성과 진정성을 알게 되면서 그렇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불교는 이슬람 세계나 아프리카, 남미를 빼고 전 지구에 전파된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불교가 위대한 종교사상인가를 보여주는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따라서 우리는 동양인으로서, 더욱이 한국인으로서 이런 불교를 알아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1,600여년의 불교 역사와 찬란한 불교 유산이 있기 때문입니다.


불교의 전파. <출처: JJW at Wikipedia.org>

불교가 남긴 방대한 문화적 유산

간다라 불상(1세기경, 아프가니스탄) 기원 전후로 간다라 지역으로 전파된 불교는 이곳에서 그리스 문명과 만나면서 처음으로 그리스식의 상을 닮은 불상을 만든다.


여러분들은 372년에 고구려에 불교가 들어왔고 곧 왕실에서 공식적으로 승인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습니까? 어떻게 외래 사상이 들어오자마자 아무 갈등도 없이 수용될 수 있었던 것일까요?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당시에 고구려 사람들은 불교를 접하고 그 심오함과 장대함에 압도되어 받아들이기에 급급했던 것 같습니다. 이때 들어온 불교는 그저 하나의 종교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거대한 문화복합체였습니다. 이것은 불교의 전래과정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불교는 기원 전후로 간다라 지방으로 전파됩니다. 이곳은 현재 아프가니스탄 지역으로 불교는 이곳에서 그리스 문명과 만납니다. 서양의 대표문명과 만난 것이지요. 헤라클레스와 같은 그리스의 신상을 닮은 불상들이 처음으로 등장하던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그 다음 불교는 실크로드를 따라 중국으로 전래됐는데 이 과정에서 불교는 중앙아시아 문명을 만나게 됩니다. 특히 조로아스터교와 교류가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중국으로 전해져 중국문명과 또 한 번의 융합이 일어납니다. 그러니까 고구려에 들어온 불교는 이와 같이 세계의 4대 문명이 모두 융합된 엄청난 문화복합체였던 것입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아시아 동쪽 끝에 있던 고구려나 백제가 이런 인류의 엄청난 문화유산을 거부할 수가 없었을 겁니다. 그런 불교가 한반도에 1,600년 이상을 있었습니다. 그래서 신라와 고려의 찬란한 불교문화를 이루어냈습니다. 이 가운데에는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많습니다. 직지심체요절부터 해서 석굴암, 에밀레종, 경주 남산, 고려대장경 등등 이것들을 어찌 손으로 다 셀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한국의 유적은 약 60~70%가 불교와 관련되어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그런데 불교의 영향은 이런 유물에만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불교는 그 오랜 역사답게 우리 생활 속으로 깊게 침투되어 있어 한국인들은 그 족적으로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흡사 서양인들이 의식하지 못한 채 기독교에 침윤되어 살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인들의 이름을 보십시오. 온통 기독교 이름입니다. 그 흔한 이름인 John은 ‘요한’이고, Paul은 ‘바울(바오로)’이고 Mary는 ‘마리아’니 말입니다. 이것은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기독교 용어로 나오는 천당이나 지옥, 장로, 영혼 등이 원래 불교 용어였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이런 용어들은 모두 불경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들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공부’라는 용어 역시 불가에서 참선을 한다는 뜻으로 쓰던 용어입니다. 그 외에도 ‘이판사판’, ‘인연’, ‘찰나’, ‘이심전심’, ‘아비규환’, ‘야단법석’, ‘아수라장’, ‘면목’, ‘방편’, ‘삼매’, ‘업보’ 등등 도저히 이 작은 지면에서는 다 거론하기 힘들 정도로 많습니다. 아니 불교적 용어가 없으면 의사소통이 안 될 지경입니다. 이 가운데 ‘아비규환’은 아비지옥과 규환지옥을 말하는데 심한 고통으로 마구 울부짖는 지옥을 말합니다. ‘야단법석(野壇法席)’은 요즘 말로 하면 야외법회이지요. 밖에다가 단을 만들어(야단) 붓다의 말씀을 듣는 자리(법석)를 마련한 것을 말하는데 사람들이 많이 모이니 시끄럽게 되어 그런 의미로 쓰이게 된 것이지요. ‘아수라장’의 아수라는 싸우기 좋아하는 신이라 하니 이 신이 있는 곳은 엉망이 되겠죠.

우리 일상에 깊이 침투해 있는 불교의 영향

일상용어뿐 아니라 지명에도 불교적인 자취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안양시의 ‘안양’은 불교의 극락을 의미하고 서울의 보광동이나 미아동 역시 모두 불교에서 유래한 이름입니다. 여러분들이 잘 아는 불광동도 그 이름이 그곳에 있었던 불광사라는 절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재미있는 것은 불광동성당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이름을 그대로 풀면 ‘부처님의 광휘(불광)가 빛나는 지역의 예수님 교회’가 되니 아주 멋있는 종교 화합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산 이름에도 불교 용어가 넘쳐납니다. 좋은 산에는 반드시 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장에 북한산 일원만 보십시오. 도선사니 승가사 같은 큰 사찰이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보현봉, 문수봉, 원효봉 등 불교적 이름들이 많습니다. 또 전국적으로 관음봉이나 미륵봉, 비로봉도 많습니다. 이 가운데 비로봉(비봉)은 불교의 비로자나불에서 나온 이름입니다. 그 중에서도 금강산은 대표적인 것이라 할 수 있지요. 금강산의 ‘금강’은 “금강경”에서 나온 것이니까 말입니다.

이 정도면 불교가 우리 한국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국 문화 속에는 불교라는 큰 기둥이 있습니다. 우리 문화를 알기 위해서는 이 기둥을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근세에 들어와 한국인들은 한국형의 새로운 불교를 만들어냈습니다. 원불교가 그것으로 이 종교는 한국인이 만든 종교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한국 불교에 대한 이야기는 끝이 없습니다.

 

최준식 /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한국학과 교수
서강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템플대학에서 종교학을 전공하였다. 한국문화와 인간의식 발달에 관심이 많으며 대표저서로는 [한국인에게 문화는 있는가], [한국의 종교, 문화로 읽는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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