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26(일)
거제 대구  

대구는 지구 북반구 한류의 바다에 서식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동해를 중심으로 여름에는 그 위의 찬 바다로 올라갔다가 겨울이 되면 한류를 따라 남해까지 회유한다. 겨울에 남해의 연안에서 산란을 하며, 그 주요 산란지가 진해만이다. 서해에서 회유하는 대구도 있는데, 동해와 남해를 회유하는 대구에 비해 많지 않으며, 몸도 작다. 동해에서는 깊은 바다에 찬 바닷물이 넓게 퍼져 있어 사철 대구가 나오지만 제철이 아니면 특별히 맛이 있는 것은 아니다. 대구는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가 산란기이고 이 시기에 잡히는 것이 가장 맛있다. 그래서 진해만의 대구가 유명한 것이다.

진해만 지도 보기

  • 1 말려지고 있는 대구이다. 생대구보다 이렇게 말려서 요리를 하면 더 맛있다.
  • 2 12월에서 이듬해 2월까지 외포항에서는 생대구 좌판이 열린다. 값은 싸고 대구는 싱싱하다.
  • 3 외포항의 어선들이다. 두 명 정도 타고 조업을 하는 작은 배들이 대부분이다. 어부는, 부부가 많다.

한때 사라졌다가 돌아왔다

진해만에서 부화한 새끼대구는 연안에서 살다가 5월이 되면 깊은 바다로 들어가 북상하는 찬 바닷물을 쫓아간다. 다 자란 성어로 취급되는 대구는 부화 후 만 4년을 넘긴 60∼70센티미터에 이르는 것들이다. 6년을 넘기면 1미터 가까이까지 자란다. 진해만에서 잡히는 대구들은 이처럼 성어에 이른 큰 대구들이다. 물론 작은 대구가 잡히기도 하는데, 어민들은 자원 보호를 위해 어린 것들은 방류한다.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고 어민들 스스로 하는 일이다. 한때 남획으로 대구의 씨가 말랐던 적이 있어 자원을 아낄 줄 알게 된 것이다. 자료에 의하면, 일제시대 때까지만 하더라도 대구는 아주 흔한 생선이었다. 1950년대 들어 어획량이 줄기 시작하여 대구는 귀한 몸이 되었다. 어족 자원 회복을 위해 1986년부터 대구 인공 수정란 방류 사업을 벌였으나 한번 잃은 자원은 쉬 회복되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진해만의 어항에서 대구 한 마리가 20만~30만원을 호가할 때도 있었다. 2006년 겨울부터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하여 대구가 제법 잡히고 있다. 그렇다고 어획량이 안정적으로 늘어난 것은 아니다. 매년 불안하니 어민들이 조심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진해만에서 잡힌 대구는 거제 외포항과 진해 용원항으로 주로 들어온다.

외포항의 대구 잡이

거제 외포항의 어민들은 대구 잡이에 호망을 쓴다. 호망은 대구를 유도하기 위한 길그물이 길게 놓이고 그 끝에 둥그런 통그물이 붙어 있다. 통그물의 모양이 단지[壺: 호]처럼 생겨 호망이라 한다. 대구는 밤에 먹이 활동을 하므로 적어도 하룻밤 이상 두었다가 통그물을 올린다. 대구가 그물코에 꿰는 것이 아니니 산 채로 올라오는 대구도 많다. 갑판의 수조에 산소 주입기를 넣어 대구를 살려서 오기도 하는데, 최근에 대구회 수요가 늘면서 횟집 수족관에서도 산 대구를 볼 수 있다. 대구 그물은 물때에 맞춰 수시로 올리는데 새벽 경매에 맞추어야 하니 밤을 새는 것도 예사이다. 경매를 거친 대구는 전국의 시장으로 옮겨지며, 외포항에서 곧장 소비자의 손에 들어가기도 한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대구가 많이 잡히면서 외포항에서는 매년 대구 축제를 연다. 싸고 싱싱한 대구를 먹자면 겨울에 외포항을 찾는 게 좋다.

버릴 것이 없다

상인들은 처음엔 생대구로 판다. 시간이 지나면서 싱싱함을 잃을 것 같으면 알과 이리(생선의 정액이다. 흔히 '곤이' '곤'이라 하는데 바른 말이 아니다. '곤이' '곤'은 생선의 알 또는 생선 배 안에 든 새끼를 말한다.), 내장, 아가미 등을 제거하고 말린다. 알과 내장, 아가미는 소금에 절여 젓갈을 담그는데, 특히 아가미젓은 무김치에 더하면 독특한 발효향이 있다. 어민들은 생대구회보다 살짝 말린 대구의 회를 더 맛있는 것으로 친다. 말린 대구의 회는 찰기가 있고 맛이 농축되어 감칠맛도 더 있다. 탕도 이렇게 말린 것으로 끓이는 것이 더 낫다. 아주 바짝 말린 대구는 물에 불려 탕이나 찜을 해서 먹는다. 대구(大口)는 입이 커 붙은 이름이다. 따라서 머리도 크다. 먹을 것이 별로 없지만 탕을 할 때는 이 머리를 푹 끓여 쓰면 뽀얗고 구수한 맛의 국물을 얻을 수 있다.

동해안의 작은 대구들

수산 기관들은 대구의 알을 받아 인공수정을 하여 수정란과 치어를 방류하고 있다. 지금의 대구 '풍어'는 이 수정란과 치어 방류 사업으로 얻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방류한 수정란과 치어들은 동해안을 회유하다가 산란기에 다시 진해만으로 들어온다. 적어도 3~4년 만에 결실을 얻는 것이다. 외포항의 어민들은 어린 대구의 남획을 걱정하였다. 동해에서는 자망 등으로 대구를 잡는다. 이 자망은 그물코에 생선이 걸리게 되는데 그물을 올리고 생선을 떼어내는 과정에서 대구는 죽게 된다. 그러니 대구가 작다고 하여 바다에 던져 살릴 수가 없다. 동해의 어항에서는 명태만한 대구를 흔히 볼 수 있다. 외포항의 어민들에게는 정말 아까운 대구들인 셈이다.

 

글·사진 황교익

농민신문사와 (사)향토지적재산본부에서 향토음식과 지역특산물의 취재 및 발굴, 브랜드 개발 연구를 했다. 국내 최초의 맛 칼럼니스트로 [맛따라 갈까보다], [소문난 옛날 맛集], [주말농장 즐기기], [알기 쉬운 지리적표시제] 등의 책을 펴냈다. 향토음식과 식재료 전문가로 활동 중이며, 'http://blog.naver.com/foodi2'를 통해 네티즌과 음식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답변/관련 쓰기 폼메일 발송 수정/삭제     이전글 다음글         창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