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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 은 설 명: 우리나라는 약 7할이 산이고 그 산에는 웬만하면 절이 있습니다
2010/7/19(월)
절..  

 

우리나라는 약 7할이 산이고 그 산에는 웬만하면 절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방에 갔다가 절을 만나는 일은 아주 일상적인 일입니다. 외국친구들과 같이 지방에 관광 차 갔을 때 절을 건너뛰고 다닐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경주에 가서 석굴암이나 불국사를 가지 않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 아닙니까? 또 이 두 절은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세계적인 절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우리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나, 우리 문화를 외국인들에게 소개하려 할 때 절은 반드시 알아야 하는 유산입니다.

불국사로 들어가는 입구인 ‘불국사 일주문’의 모습.

절의 모습이 화려한 이유

절은 물론 기능적으로는 승려들이 수행하고 신도들을 위해 의례를 지내주는 곳입니다. 그러나 절을 한 마디로 말한다면, ‘붓다 랜드’, 즉 부처님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자말로는 ‘불국토’이지요. 그래서 절 건물은 말할 수 없이 화려하게 꾸며놓습니다. 어떤 이들은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절은 승려들이 수행하는 곳인데 왜 그렇게 알록달록하게 단청을 해서 정신없게 만드냐고 말입니다. 그것은 절이란 부처님이 계신 장엄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곳은 인간 세상과는 비교도 안 되게 화려한 곳입니다. 이를테면 절은 극락과 같은 곳인데 사바세계와는 본질적으로 달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원래 종교 건축은 이렇게 장엄하고 화려하게 꾸미는 법입니다. 서양의 교회나 이슬람 사원도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웅장하고 호화롭게 짓지 않습니까? 이것은 신의 세계를 지상에 건설하고 신자들로 하여금 그 장엄함에 압도당해 종교심을 일으키게 하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것입니다.

한국 절의 기본 구조

그러면 한국 절의 기본 구조부터 볼까요? 우리나라의 절 가운데 통도사해인사 같은 대규모 사찰들은 나름대로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지만 기본적인 면에서는 같은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절은 당간지주로부터 시작됩니다. 당간지주는 두 개의 돌 기둥과 철로 된 긴 통으로 되어 있는데 이 철통(당간)을 기둥 사이에 넣어서 깃대 역할을 하게 합니다. 절에 큰 행사가 있으면 당간 위에 깃발을 달아 신자들이 절을 찾을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일종의 이정표인 셈이죠. 지금 절을 다녀보면 대부분 지주만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당간이 철로 만든 것이라 녹슬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당간지주를 지나면 곧 일주문이 나옵니다. 말 그대로 기둥이 한 줄로만 되어 있는 문입니다. 절의 영역, 그러니까 부처님 나라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이 ‘일주’라는 단어는 꽤 어려운 철학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로 해석되지만 일주는 ‘일심(One Mind 혹은 Cosmic Consciousness)’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이 우주가 가장 깊은 속 마음인 일심에서 비롯되었다고 보지요. 좀 어려워졌는데 어떻든 이 문을 지나면 이제 속세하고는 이별입니다. 그러나 아직 부처님 세계에 온 것은 아니고 중간 단계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큰 절에 가보면 보통 이 일주문부터 절 가는 길에 시내가 흐르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부처님을 만나러 가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깨끗이 하라는 것일 겁니다. 즉 머리와 마음속에 있는 번뇌를 모두 이 시내에 흘려버리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곧 만나게 될 부처님만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걷다보면 곧 문이 하나 또 나옵니다. 천왕문으로 이 문 안에는 험상궂게 생긴 네 명의 장수가 있지요? 이들은 사천왕으로 원래는 힌두교의 신이었는데 불교가 가져다 불교를 수호하는 ‘보디가드’로 만들었답니다. 그런데 이 천왕들을 보면 발로는 악귀들을 밟고 있고 인상마저 험악하지요? 자비의 종교인 불교와 다소 어울리지 않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천왕들을 보면 불교가 인도에서 실크로드를 따라 한국으로 전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이 사람들은, 얼굴은 중앙 아시아인이고 옷은 중국 원나라 장수의 갑옷을 입었으며 손에는 조선 검을 들고 있으니 그렇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한국식으로 변용이 되어도 흔적은 남는 모양입니다.


보물 제28호인 김제 금산사 당간지주. <출처 wikipedia(Steve46814)>

 

이제 진짜 붓다 랜드에 가까이 왔습니다. 이 부처님 땅의 입구에는 문이 있습니다. 이 문은 보통 불이문(不二門)이라 불리는데 이 문을 넘어서면 대웅전 마당이 됩니다. 이곳이 바로 붓다가 주석하고 있는 부처님 나라입니다. 이 불이문은 그 이름의 의미가 일주문보다 더 어렵습니다. 직역하면 ‘둘이 아니다’라는 것인데 ‘너와 내가 둘이 아니고 우주와 나는 둘이 아니다’ 정도로 보면 되겠습니다. 인간과 우주는 하나인데 인간이 자꾸 분리해서 욕심을 가지니까 그렇게 하지 말라고 이렇게 설파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마당에는 보통 탑과 석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대웅전 안에는 실제의 붓다가 앉아 있습니다. 탑은 붓다의 유골을 간직하고 있는 무덤과 같은 것이라고 했지요? 그런가 하면 이 등 역시 상징성이 풍부합니다. 이 등으로 어두운 사바세계를 비춘다고 해도 되고 무명에 덮여 있는 내 마음을 비춘다고 해도 됩니다. 이 전체 영역이 부처님 나라라면 법당 안은 붓다가 거하고 있는 궁전과도 같은 것입니다. 그런데 불상 위를 보면 ‘닫집’이라 해서 집이 또 하나 있지요? 이 집이야말로 붓다가 거주하는 집이 되는 것이죠. 불교 신자들은 붓다의 궁전으로 들어와 그를 예배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법당 안은 예배공간이 되는 셈입니다.

전라북도 부안군 상서면에 위치한 보물 제292호 부안 개암사 대웅전.

 

여기까지가 절의 가장 기본 되는 건물들입니다. 보통 이런 요소들을 다 갖추고 있으면 절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암자라는 것을 많이 들어보셨죠? 암자는 작은 절이라 절과 같은 구조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대신 예배 공간과 승려들의 숙소만 있지요. 그러니까 일주문이니 천왕문이니 하는 것들이 없고 탑 역시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석굴암은 암자가 아니라 절을 뜻하는 석굴‘사’로 불러야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작지만 절의 구조를 다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밖의 건물들

절에는 이 건물들 외에도 건물이 많이 있습니다. 물론 요사채라 불리는 승려들의 숙소가 없어서는 안 되겠죠. 한국의 절에는 법당에 버금가게 인기가 있는 건물이 있는데 그것은 삼성각입니다. 3인의 성인을 모셨다고 하는데 그 중에 둘이 한국적인 신입니다. 그 가운데 항상 호랑이를 대동하고 있는 할아버지는 산신이고 그냥 혼자 있는 분은 칠성신이라 보면 됩니다. 이 두 신은 한국 고유의 신으로 언제부터 절에서 모시게 됐는지는 잘 모르지만 대체로 고려 말로 추정합니다. 원래 불교는 포용력이 강한 종교라 자기 종교의 신이 아닌 신들도 이렇게 잘 포섭합니다. 아마도 이런 토착신들에게 익숙해 있을 한국 불교도들을 절로 끌어들이기 위해 이런 신들을 모시게 된 것일 겁니다.

나무를 깎아 잉어 모양으로 만들고 속을 파 내고 그 속을 두드려 소리를 내는 불구(佛具)인 목어. 

 

이외에도 죽은 이들을 천도하는 명부전이 있고 관음보살 같은 인기 있는 보살을 모시는 관음전이 있는 것처럼 절 안에는 수없이 다양한 건물들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불교의 사물을 보관하고 있는 범종루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이 건물 안에는 땅과 지하, 물과 하늘에 살고 있는 수없이 다양한 생명들에게 불음을 전하는 종과 북과 목어(나무 물고기), 운판(구름판)이 있습니다. 이제 이 정도의 정보면 어떤 외국 친구에게도 절에 대해 쉽게 설명해줄 수 있을 겁니다.

글∙사진∙그림 최준식 /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한국학과 교수

서강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템플대학에서 종교학을 전공하였다. 한국문화와 인간의식 발달에 관심이 많으며 대표저서로는 [한국인에게 문화는 있는가], [한국의 종교, 문화로 읽는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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