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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 은 설 명: 제사에 관한 한 전 세계 민족 가운데 ..
2010/6/17(목)
제사에 관한 한 전 세계 민족 가운데 ..  

제사에 관한 한 전 세계 민족 가운데 한국인만큼 관심이 많은 민족도 없을 겁니다. 명절마다 고속도로가 주차장이 되어도 고향에 가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조상들에게 제사를 지내기 위함입니다. 물론 이때 조상이라 함은 막연한 조상이 아니라 아버지, 혹은 남편의 조상만을 말하는 것이지요. 엄마 조상이나 처의 조상들에 대해서는 제사를 지내지 않는데 이것은 가부장제의 영향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성들은 제사에 대해 그다지 좋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제사는 무엇으로부터 유래되었나?

제사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우리는 제사에 너무 익숙한 나머지 이 문제에 대해 그리 깊게 생각을 해보지 않았습니다. 그저 조상의 은혜에 감사하고 덕을 추모하는 게 제사일까요? 그러나 제사는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닙니다. 그렇게 제사가 단순한 것이었다면 구한 말 조선 정부가 제사를 거부한 그리스도교인들을 죽일 필요까지는 없었을 겁니다.

 

우리 삶은 대부분 정치적인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는데 제사도 그런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제사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조선의 정치체제를 알아야 합니다. 조선은 한 마디로 말해 ‘유교로 정치한 나라’입니다. 유교 정치의 근간은 가부장제입니다. 유교에서는 사회나 국가를 가정의 확대판으로 보기 때문에 각 가정이 잘 다스려지면 국가는 자동적으로 잘 다스려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가정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인 효가 나라에서도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되었던 것입니다. 효를 준수할 때 가장 중요한 사람이 누구입니까? 바로 가부장으로서 아버지나 할아버지 혹은 맏형이 그에 해당됩니다. 이 사람들은 가문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가문을 통치합니다. 이 사람에 대해서는 절대로 거역할 수 없습니다. 거역했다가는 가문에서 퇴출당하는데 그것은 사회적 죽음을 말합니다.


우리의 전통문화 중 하나인 제사. <출처 : wikipedia(frakorea)>

효과적으로 통치하기 위해 만들어낸 도구

나라의 가부장은 왕입니다. 그래서 왕은 절대 권력을 갖습니다. 그 권력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강화되는데, 가장 초월적인 권위가 바로 제사에서 나옵니다. 왕이 드리는 제사는 종묘에서 하는 것이지요. 왕은 자신의 권력이 무궁한 조상들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종묘에서 장엄하게 제사를 지내는 겁니다. 역대 왕들에게 지내는 것이니 얼마나 권위가 있었겠습니까? 그러니 어느 누구도 그 권위를 넘볼 수 없습니다. 같은 것은 집안 제사에도 그대로 적용이 됩니다. 조선조 때에는 제사를 주관하는 사람의 권위가 가장 강했습니다. 그것은 그 사람의 뒤에 조상령들의 초월적인 권위가 있기 때문입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출처 : wikipedia(joonghijung)>


이런 맥락에서만 보면 제사란 국가나 집안을 보다 더 효과적으로 통치하기 위해 만들어낸 종교 의례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사를 지내려면 돈이 많이 들어가겠지요? 과거 양반들이 일 년에 수십 차례 제사를 지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제사에는 좋은 것을 차려야 하니 돈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조선 정부는 제사를 지내는 장남으로 하여금 유산을 더 많이 상속할 수 있게끔 법을 바꿉니다. 그래서 대략 아버지가 가진 전 재산의 2/3 정도는 장남에게 주고 그 나머지를 다른 아들들이 나누게 되지요. 딸에게는 한 푼도 주지 않는 이런 상속법은 놀랍게도 1990년대 초반까지 지켜졌습니다. 이때가 되어서야 아들딸 구별하지 않고 균등하게 상속하는 쪽으로 법이 바뀌게 된답니다.

 

고려 때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상속법은 이렇지 않았습니다. 조선시대 전까지 아버지의 재산은 형제들에게 동등하게 상속되었을 뿐만 아니라 딸도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딸들은 시집올 때 그 재산을 가져와 죽을 때까지 갖고 있다가 임종 시 자기가 주고 싶은 자식에게 상속할 수도 있었습니다. 아무 것도 상속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어떤 재산권도 행사할 수 없었던 조선의 주부들과는 참 다르죠. 어떻든 상속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유교식의 가부장제를 정착시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제사의 종교적 의미

그렇지만 제사에는 이런 정치적인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사는 종교 의례이니 당연히 종교적인 의미가 있지요. 제사가 종교 의례라고 하니 놀라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그냥 조상들을 생각하는 추모제라고 여겼는데 종교적인 의미가 있다고 하니 말입니다. 종교적인 관점에서 볼 때 제사는 간접적인 영생법입니다. 종교는 여러 가지로 정의될 수 있는데 그 중에 하나는 죽음 극복법이라는 것입니다. 인간은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종교를 만들었고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영생과 불멸을 꿈꿨습니다. 그 대표적인 게 사후 세계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기독교나 불교에 따르면, 인간은 다만 육체만 죽는 것이고 영체는 그대로 남아 사후에도 다른 형태로 자신의 삶을 이어갑니다.

종교적인 관점에서 볼 때 제사는 ‘간접적인 영생법’이다. <출처 : wikipedia(Joseph Steinberg)>

하지만 유교에서는 이런 영생법이 없습니다. 유교의 교리에 따르면 우리는 죽은 뒤 몸은 흙으로 돌아가고 혼은 공중에서 사라져 버립니다. 자신이 더 이상 남지 않습니다. 그러나 유교인들도 인간인 이상 영원히 존재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을 겁니다. 이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유교인들은 자신이 아니라 아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영생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그래서 가통을 이을 아들을 그렇게도 바랐던 것입니다.

아들은 일 년에 서너 번씩 잊지 않고 제사를 지내 부모를 기억해줍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일 년에 한두 번씩 아들의 기억 속에서 되살아나는 겁니다. 그래서 부모들은 제사가 없는 삶은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자신이 영생하는 방법은 제사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가 하면 자식(아들)의 입장도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자식은 제사를 지내면서 자신은 얼마 못 살다 죽는 그런 찰나적인 존재가 아니라 유구한 먼 조상들로부터 생명을 부여받은 영원한 존재라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아울러 자신의 아들도 이렇게 자신을 기억하리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어 자신의 사후에도 이 세상과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안도가 됩니다.

제사의 미래는?

제사의 의미가 이러하다면 제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지금까지 웬만한 집안에서는 제사를 4대 봉사, 그러니까 고조할아버지까지 지냈었죠? 사실 이것은 주자의 가르침에 위배됩니다. 이렇게 제사를 지낼 수 있는 사람은 3품 정도의 높은 벼슬에 있는 사람뿐이었습니다. 대신 아무 벼슬도 없는 거개의 보통 국민들은 부모의 제사만 지낼 수 있었는데, 이것이 인플레 되어 누구나 고조까지 제사 지내게 된 것이지요. 아마 누구나 다 양반이 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인류학자들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제사 풍속은 앞으로 많이 사그라져 아마 1대 봉사, 즉 부모만 제사 드리는 것으로 바뀔 것이라 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할아버지의 제사를 지내려 해도 사촌이 만나야 하는데 요즘은 친사촌끼리도 잘 안 만나지 않습니까? 그리고 조부모들과도 같이 살지 않아 그리 깊은 정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러니 자연스레 이 분들에 대한 제사가 사라질 밖에요. 게다가 지금은 다른 종교를 믿을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제사를 통해 영생을 찾을 필요도 없습니다. 가부장제도 역시 이전에 비해 심히 약해져 한국인들은 제사에만 집착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사회가 아무리 바뀌어도 부모를 추모하는 것은 바뀌지 않을 터이고 한국인들은 그들에게 가장 익숙한 의례인 제사를 통해 계속해서 부모들을 추도할 것입니다. 이것이 제사의 미래입니다.

 

글∙사진∙그림 최준식 /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한국학과 교수
서강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템플대학에서 종교학을 전공하였다. 한국문화와 인간의식 발달에 관심이 많으며 대표저서로는 [한국인에게 문화는 있는가], [한국의 종교, 문화로 읽는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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