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8/8(월)
우주는 거대한 컴퓨터..  
 

현대인의 생활에 일대 혁신을 일으킨 일등공신은 뭐니뭐니해도 '컴퓨터'이다. 이는 도대체 어떤 물건이기에 그토록 많은 편의를 제공하며, 인간으로 하여금 상상 불가능한 영역까지 설계할 수 있게 하는 것일까? 흥미롭게도 저장, 문서 편집, 출력, 정보 처리를 비롯, 음악과 영화관련 작업도 가볍게 소화해내는 '재간둥이' 컴퓨터는 오직 0과 1만 판별하며, 명령어에 따라 입력 데이터를 다른 형태의 출력 데이터로 변환하는 '연산 장치'이다.
컴퓨터(computer)라는 단어 자체가 '계산하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computare'에서 유래하였다. 그런데 일견 단순해 보이는 이 기계에 심오한 철학이 담겨 있으니, 심지어 우주를 하나의 거대한 '컴퓨터'로 묘사하는 과학자도 있을 정도이다. 이 무슨 기괴한 소리인지, 우리의 눈과 귀를 번쩍 뜨이게 할 컴퓨터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계산 기계' 컴퓨터를 이해하는 여정을 수학이라는 신비로운 학문에서부터 시작해볼까? '변화한다는 사실만이 변하지 않는다'는 고대 희랍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말처럼, 주변의 모든 것은 유전(流轉)한다. 그럼에도 인류는 불변의 이치를 찾으려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고, 가장 확실해 보이는 수학이야말로 우주의 비밀을 풀어 궁극적 실재에 다가가게 해줄 열쇠라 생각했다.

특히, 수학을 법칙에 따라 조작할 수 있는 논리 기호로 보는 '형식주의'에 따르면, 그것은 규칙에 어긋나지 않는 한 오류가 없으며 완전무결하다.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힐베르트는 1900년, 파리의 수학자 회의에서 연설을 통해 '모든 수학정리가 참인지 거짓인지 판별할 수 있는 체계적이고 보편적인 절차'를 찾자는 과제를 제시하였다. 과연 그의 생각처럼 인간의 개입 없이 모든 수학적 진술들을 '기계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능할까?


그러나 1931년, 쿠르트 괴델이 '불완전성의 정리'를 발표함으로써 수학에 대한 오랜 염원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그가 증명한 것은 수학적 진술 사이에는 그것이 참인지 거짓인지 밝힐 수 없는 '논증불능의 명제'가 마치 '스테이크에 촘촘히 박힌 연골 섬유질처럼' 존재하고 있어, 스테이크를 통째로 버리지 않는 한 결코 제거할 수 없다는 충격적인 사실이었던 것이다



'수학의 치명적 약점'은 1936년, 앨런 튜링에 의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증명되었다. 그는 종이에 기호를 찍는 타자기 형태의 장치 -규칙에 따라 무한히 긴 테이프에 연속해서 기호를 입력(혹은 검색하거나 삭제)하는 장치- 를 고안했다. 그리고 나서 이 기계가 만들 수 있는 '상상 가능한 모든 숫자들(계산 가능한 숫자)의 목록'을 가정해도, 그 안에 존재하지 않는 숫자, 즉 계산 불가능한 숫자가 있음'을 밝혀냈다



자, 그럼 주목! 컴퓨터의 현대적 모형은 바로 이 과정에서 탄생하였다. 그는 '계산 가능한 숫자들의 목록'을 만들기 위해 '튜링 기계'가 무한히 많이 있을 필요는 없으며, '단 하나의 기계' - 모든 튜링 기계를 모의실험(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범용 기계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였는데, 이것이야말로 프로그래밍의 핵심 개념이다. 컴퓨터란, 소프트웨어에 따라 (계산 가능한) 어떤 수학 함수도 척척 처리해 내는 '범용 기계'가 아닌가?



튜링과 괴델은 둘 다 수학의 한계를 꿰뚫어 보았지만, 접근법은 완전히 달랐다. '형식주의자' 괴델은 수학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보았지만, 튜링은 수학이 '물리 세계에 직접 구현'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자연의 다양한 사건들이 '수학적 공식'을 통해 가장 정확히 설명될 수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는 것이다. '수치화할 수 있다'는 것은 '계산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이며, 따라서 자연이란, 어떤 '입력' 데이터(이를테면 우주가 탄생했을 당시의 초기조건)가 주어지면 그에 따른 특정한 현상이 '출력'으로 나타나는 '수학적 계산과정'과 같다. 그렇다면 세계는 일종의 '하드웨어'로서, 이를 관장하는 수학적 원리는 컴퓨터의 '소프트웨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수학이 경험적이며, 우주가 정보처리 시스템이라는 주장은 매우 급진적이다. 항구적인 격식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수학마저 경험과 닿아있다면, 초월적인 진리가 과연 존재하겠는가? 우리가 연속적으로 인식하는 시공간이 실제로는 감지 불가능한 작은 도약으로 이루어진 불연속적인 '디지털'이란 말인가? 이와 관련된 격렬한 논쟁은 끊임이 없다. 물론 우주라는 초대형 컴퓨터를 움직이는 알고리즘을 알아냄으로써, 모든 물리적 현상을 과학적으로 규명할 수 있다는 희망 역시!

 
Written by cowgirlblues (cowgirl@artnstud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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