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4/6(수)
끝없는 상상력 니콜라 테슬라  
 

'발명왕'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아마도 모든 이가 에디슨(Thomas Alva Edison, 1847~1931)을 떠올릴 것이다. 누구나 계란을 부화하기 위해 몇 시간 동안 알을 품고 있었던 한 호기심 많은 어린이의 일화를 기억한다. 그러나 발명왕이라는 칭호에 걸맞은(오히려 에디슨보다 더 어울릴 수도 있는) 또 다른 사람의 이름,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 1856~1943)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다. 전기에 대해서 조금만 공부해 보면 이상하리 만치 많은 영역에서 언급되는 테슬라. 여러 면모에서 그는 순수한 발명가이자 과학자였으며, 불가사의에 가까운 천재였다.




그의 이름이 낯설다면, 그가 남긴 것을 우선 훑어 보자. 우리가 전자제품을 켜기 위해 전기 콘센트를 꽂을 때, 먼 곳의 발전기에서 내 방까지, 어떻게 안정적으로 전기가 운반되어 올 수 있었는지 궁금해 한 적이 있는가? 이것은 테슬라가 100여 년 전에 열어젖힌 신세계를 우리가 여전히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일상적인 예다. '교류 시스템'의 혁명. 그는 전기 에너지의 큰 흐름을 바꾸어 놓은 장본인이다.

그 이전에는 '직류 시스템'만이 현실적인 대안이었다. 그런데 직류 시스템으로 전기를 전송하기 위해서는 약 3km마다 하나씩의 발전소가 필요하다. 그러나 교류 시스템은 이러한 거리의 제약을 쉽게 극복할 수 있다. 3km는 보통 사람의 걸음으로 30분 정도면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인데, 이를 생각하면 직류 시스템이 얼마나 장소와 설비의 구애를 많이 받는 지 알 수 있다.

에디슨이 제왕으로 군림하던 1800년 대 후반, 에디슨은 직류 시스템의 열렬한 신봉자였다. 교류 방식의 전기도 존재한다는 것은 알려졌지만, 누구도 교류 시스템에 맞는 발전기, 모터 등을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에 쓸모 없는 가능성으로 치부되어 있었다. 무엇보다도 '저명한' 에디슨이 자신의 방식인 직류 시스템만이 안전하다고 끊임없이 외쳤기에, 교류시스템은 에디슨의 영향력에 억눌려 있었다. 만일 이 시대에 테슬라가 교류 전기의 가능성을 세상에 열어 보이지 않았다면, 오늘날처럼 전기가
모든 가정의 보편적인 에너지원으로 각광받는 데 수많은 시간이 걸렸을지도 모른다.




테슬라는 어릴 때부터 발명을 했다고 한다. 어른들도 잘 고치지 못한 기계의 결함을 해결하기도하고, 당시에 사용되던 수레바퀴를 개량해 자신만의 수차를 개발하기도 했다. 자유롭게 상상력을 발휘해 '풍뎅이를 동력으로 하는 기관'과 같은 귀여운 발명품을 만들곤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렇게 어린 시절부터 발명에 관심이 많았던 그가 기술자이자 발명가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미국으로 건너와(테슬라는 세르비아 출신이다) 에디슨과 일을 하면서부터다. 이미 최고의 발명가로 명성이 자자했던 에디슨은 풋내기 테슬라를 처음에는 무시했다. 그러나 곧 테슬라의 능력을 알아보았고, 많은 일을 테슬라에게 맡겼다. 세기의 두 발명가가 함께하는 모습. 그들이 계속해서 힘을 합칠 수 있었다면 이 세상은 훨씬 빨리 발전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두 사람은 너무도 달랐다.

연구에 임하는 태도에서부터, 경제관념, 출세에 대한 욕망 등 모든 부분에서 두 사람은 달랐다.
에디슨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결과물을 도출하는 방식을 택했고, 테슬라는 충분한 이론적 연구를 통해 시행착오를 줄이고 싶어했다. 테슬라가 순수하게 연구와 발명을 사랑했던 반면, 에디슨은 뛰어난 사업가였다. 무엇보다 테슬라가 교류 시스템의 도입이 진정한 발전을 가져온다고 믿었던 것은 에디슨이(자신의 상징과도 같았던) 직류 시스템만을 고집한 것과 큰 마찰을 빚었다.




테슬라가 생전에 이룬 업적은 당대 최고라는 찬사를 초월한다. 오늘날은 보편화된 무선통신에 대한 기초적인 토대를 제시했고, 텔레비전의 탄생도 그의 그늘 아래에 있다. 가정에서부터 천체물리학에 까지 두루 사용되는 '레이더' 역시 테슬라의 연구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꿈의 청정에너지인 핵융합 발전은 테슬라의 '구전(球電)'연구와 깊은 관계가 있다. 그 외에도 이루 열거할 수 없는 업적이 즐비하다.

테슬라는 이상주의자이고 몽상가였다. 그는 당대 기술수준을(혹은 오늘날의 기술수준마저도) 완전히 뛰어넘은 상상을 현실화 시키려 했다. 무선통신기술 하나만 보아도, 테슬라는 단순히 전선 없이 통화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행성간의 의사소통을 상상했다. 앞서 언급한 교류 시스템으로 이미
공간을 초월해 에너지를 전송하는데 성공했지만, 테슬라는 여러 발 앞서나가 '무선 에너지 전송'을 꿈꾸었고,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무선 에너지 전송은 오늘날 첨단과학이 주목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전 세계에 무선으로 충분한 에너지를 전송할 수 있다면 빈부격차를 비롯해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백여년 전에 이러한 상상을 했다는 것도 놀랍지만, 테슬라를 연구한 사람들은 언제나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발명을 해냈던 그라면, 어쩌면 중요한 실마리를 잡았는지도 모른다고도 말한다.




테슬라는 분명 일반인과 달랐다. 일단 테슬라는 수시로 ‘번쩍이는 빛’의 환영을 자주 보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특히 흥분할 때 이러한 빛을 보곤 했는데, 어떤 의사도 이 증상의 원인을 알지 못했다고 한다. 테슬라는 이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그 이미지들은 갑자기 나타나 실제로 내가 보고 있는 시각을 흩트려놓았다. 그것들은 순수하게 내 상상이 아니라, 언젠가 내가 본 적 있는 것들이었다. 누군가가 내게 단어를 말하면, 그 단어가 가리키는 사물의 이미지가 눈 앞에 생생하게 나타나곤 했다. 어떤 경우,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실제인지 머릿속의 환영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다."

테슬라는 이러한 증상을 발명과도 연결시키려 했다.

"만약 내 해석이 맞는다면, 머릿속에서 생각하고 있는 사물의 이미지를 화면 위에 투사하여 다른 사람이 볼 수 있게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이 기술이 실현되면 모든 인간 관계에 혁명을 몰고 올 것이다. 다가올 미래에는 이러한 일들이 실제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테슬라는 평생 이 증상 때문에 고통스러워 했다. 그런데 이 증상은 어쩌면 사진을 찍는 것과도 같은 그의 기억력과 천부적인 상상력과도 관계가 있는지도 모른다. 그는 상상만으로도 새로운 기계를 조립해서 작동시키고, 그 결함을 발견해서 고칠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놀라우리만치 현실과 잘 맞아떨어졌다. 상상만으로 눈 앞에 기계를 만들어내는 놀라운 능력. 어쩌면 '환영'과도 유사하지 않은가? 그의 재능과 증상도 흥미롭지만, 이를 발명과 연관 지어서 내린 결론은 역시나 시대를 초월한 이상이다. 이토록 이상주의적인 상상력. 이는 분명 사업가 에디슨과 판이한 점이다.

오늘날 최신 뇌과학에서는 테슬라가 꿈꾼 의사소통과 유사한 연구가 진행
되고 있다. 인간의 생각을 감지해 기계를 조작하는 것은 이미 어느 정도 가능하며, 생각을 이미지나 글자로 출력하는 것에 대해서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테슬라는 머릿속으로 마치 실제와 같은 시뮬레이션이 가능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 적 있다.

"내가 만든 장치들은 언제나 머릿속에서 구상했던 대로 작동했고, 실험 결과도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지난 20년 동안 단 한번도 예외가 없었다."

이 방식으로 그는 다른 발명가들이 겪는 물리적인 시행착오를 머릿속에서 사전예측 할 수 있었다. 당연히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었을 텐데, 이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도 했다. 머릿속으로 발명을 완성한 후에는 이를 기록으로 남기지 않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더 뛰어나고 발전된 차기 작을 상상하게 된 그는, 머릿속으로 완성된 구형 발명품에 관심을 둘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수많은 발명품이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테슬라의 머릿속에만 남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발명품의 '상품화'는 어쩌면 그 발명품을 기록하는 방법 중 하나다. 그러나 그는 상품화, 사업화보다 발명 자체를 사랑하는 남자였던 것이다.

더 나아가, 그는 어떤 조직에 연루되는 것도 싫어했다. '~학회' 등에 가입한 일도 없었고, 사업가와 손을 잡거나 후원자를 두는 것도 꺼려 했다. 이 모든 것이 자유로운 연구를 방해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부와 명성을 거부하면서까지 자유로운 창작을 원했던 테슬라. 이런 면모를 설명하는 데에는 발명가라는 말보다 예술가라는 단어가 어울린다.

- 참고문헌 : 『니콜라 테슬라』, 마가렛 체니 지음 (양문, 1999)
written by Joe (braincase@artnstud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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