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2/11(금)
옥수수 교회와 벌집 아파트,그리고 용궁주택  
 
신에게 가까이 가고자 하늘 높이 솟아오른 교회의 탑이 만약 옥수수 모양으로 되어 있다면? 이는 동화 속 얘기가 아니다. 스페인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Antoni Placid Guillem Gaudi i Cornet, 1852~1926]의 걸작,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ilia, 성(聖) 가족] 성당에 대한 얘기다. 1882년 착공된 이래, 129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공사 중이며, 앞으로 얼마나 더 지나가 완공될지 장담할 수 없는 성당 – 공사가 지체되는 이유는 기부금만으로 작업이 진행되기 때문이지만, 차질이 생길 정도로 전 세계 사람들의 방문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진다는 점도 한몫 거든다. 사실 바르셀로나는 가우디가 먹여 살린다는 말이 있을 만큼,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가우디 박물관’과 같다. 바르셀로나 여행책자 어디에나 꼭 가보아야 할 명소로 표시되어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비롯,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카사 밀라카사 바트요 그리고 북쪽의 구엘 공원 모두 그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한번 보면 경이로움 속에 매혹되고 만다는 가우디 건축물의 매력에 빠져들어 보자.


우선, 바르셀로나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아담한 구엘 공원[Parc Güell]부터 입장해 볼까?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과자의 집처럼 생긴 두 채의 건물이 문지기처럼 서 있는 입구에 들어서면, 알록달록한 카탈루냐 문양이 박힌 도마뱀 분수대가 계단 중앙에 앉아 마스코트처럼 손님들을 맞이한다. 깨진 폐도기 조각을 형형색색 붙여 만든 화려한 타일들이 공원 구석구석을 장식하고, 이슬람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모자이크 문양이 천장을 수놓고 있다. 시멘트가 아닌 돌멩이를 쌓아 올려 만든 기둥은 기묘하게 기울어져 있으며, 미로와 같은 굴곡을 따라 옥상에 올라서면 뱀 모양을 한 기다란 벤치가 햇살을 맞으며 휴식을 권유한다.

누가 이토록 기발하고 자연친화적인 건축물을 지을 수 있었을까? 아니,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건축 뿐 아니라 가구, 실내장식에도 광범위하게 걸쳐져 있는 그의 작품들은 누가 보아도 알아차릴 만큼 ‘가우디스럽다’. 게다가 화려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되어 생활에 편리하기까지 하다. 가우디를 천재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건축을 통해 예술을 했던 이 남자, 안토니오 가우디는 대를 이어 구리 세공업을 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장인의 시각으로 세계를 보는 법을 무의식적으로 터득했던 것 같다. 그는 관절염을 앓아 친구가 별로 없었던 어린 시절, 병상에 누워 곧잘 관찰하곤 했던 자연으로부터 평온과 영감을 얻었고, 고향 카탈루냐의 옛 유적들을 통해 건축에 대한 꿈을 키웠다. 삼촌에게 배운 대장장이 기술은 추후 그가 설계뿐 아니라, 공사현장에도 직접 관여하며 머릿속에서 구상한 형태대로 자신의 건축물을 완성시킬 수 있었던 훌륭한 밑거름이 되었다. 이 모든 것이 결합하여 고정화된 양식을 깬 유일무이한 가우디 스타일이 만들어졌다.


그럼 가우디가 만든 일반 주택을 살펴볼까? 카탈루냐 광장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큰 ‘벌집’처럼 생긴 건물이 나온다. 도심 한가운데서 모든 이의 시선을 잡아 끌고 있는 카사 밀라[Casa Mila] - 1910년 고급 아파트로 지어진 이 우아한 건물은 석회암을 재료로 파도치는 물결을 형상화한 것이다. 자유롭게 굽이치는 외관, 동굴모양의 창문, 돌출된 굴뚝, 내부의 천장과 벽까지 세심하게 곡선 처리되어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꿈틀거린다.


한편 가까운 거리에는 카사 바트요[Casa Batlló]가 마주보고 있다. 바다를 주제로 설계된 이 주택은 벽면이 형형색색의 유리 모자이크로 되어 있어, 햇빛을 받으면 지중해 속 해조류, 조가비가 반짝이는 듯 하다. 깊은 밤 달빛 아래에선, 심연에 잠긴 ‘용궁’처럼 은은하다. 현실인지 환상인지 혹은 중세의 어느 아늑한 시절인지 분간이 안가는 가우디의 작품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내 몽환적인 기분에 휩싸여 대화를 하고 싶어지는 것은 왜일까? ‘교감’이 일종의 ‘소통’이라면, 우리는 이미 무언의 언어로 생명력 넘치는 건물과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가우디는 평생 강연이나 집필 등 여타의 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 오직 건축에만 몰두했다. 그가 1926년 전차에 치여 죽었을 때, 형색이 너무나 남루하여 누구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고 한다. 결혼도 하지 않고 종교적 신념과 건축에 대한 열정으로 죽는 날까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건립에 온 마음을 쏟았던 가우디 – 바르셀로나 사람들이 그를 사랑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의 장례식이 반국장에 가깝게 치러진 이후, 추모 열기는 날이 갈수록 뜨거워져 오늘날 그의 위상은 거의 신화에 가까울 정도다. 카탈루냐 사람들의 이러한 애착은 빛과 바다가 결합되어 아름다운 교향곡을 연주하고 있는 듯한 그의 ‘유기체’들이 바르셀로나 시내 곳곳에서 활력을 주고 있는 한, 당연한 대접인 것 같다. 가우디의 건축물들은 198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그는 그 중 하나이자 자신의 필생의 역작이라 할 수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지하에 고이 잠들어 있다.
written by cowgirlblues (cowgirl@artnstud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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