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30(일)
미국 시카고  

시카고의 첫인상은 높고 단아하다. 현대건축의 메카인 도시의 뒷골목은 블루스와 재즈 선율에 젖어든다. 마천루의 도시, 바람 많은 ‘윈디 시티’. 재즈의 도시, 마이클 조던의 도시.... 시카고에 따라다니는 수식어들은 복잡다단하다.

고층빌딩 사이, 미시간호에서 다가서는 바람은 차다. 시카고는 여행자의 옷깃을 여미게 하는 ‘윈디 시티’다. 시린 이미지는 바람 때문만은 아니다. 도심을 빼곡히 채운 건물군은 도시의 을씨년스러운 이미지를 덧칠한다. 마피아 전성기의 한 획을 그었던 알 카포네 역시 시카고가 주 무대였다. 여민 옷깃 사이로는 쓸쓸한 재즈 선율이 내려앉는다.

 

고층건물이 즐비한 시카고는 마천루의 도시다. 도심의 야경 역시 탐스럽다.

 

크루즈 타고 감상하는 현대건축


미시간 호와 시카고만을 배경으로 수많은 빌딩들은 들어서 있다. 존 핸콕센터, 시어스 타워(윌리스 타워) 등은 한때 세계에서 가장 높았던 빌딩들이다. 바람 많은 도시 시카고는 화마가 휩쓸고 간 아픈 기억을 안고 있다. 그 생채기를 딛고 현대건축은 꽃을 피웠다. 1871년 일어난 대화재(Great Chicago Fire)로 도심의 절반 이상이 소실됐고, 폐허가 된 땅은 신진 건축가들에게 새로운 무대가 됐다. 100년 넘는 현대 건축사를 차곡차곡 써내려 가며 시카고의 건물들은 나란히 정렬돼 있다.

 

옥수수 모양의 쌍둥이 빌딩인 마리나 시티.

크루즈를 타고 현대건축물들을 감상하는 투어는 인기가 높다.

 

개성 넘치는 건물들은 시카고 강변에 병풍처럼 들어섰다. 옥수수 모양의 쌍둥이 빌딩인 마리나 시티는 시카고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 단골로 등장한다. 고풍스런 시계탑이 상징인 르네상스 풍의 리글리 빌딩은 츄잉 검으로 유명한 리글리사의 사옥이다. 제임스 R 톰슨 센터는 건물 전체가 유리로 둘러싸여 있다. 신문사 시카고 트리뷴의 사옥인 트리뷴 타워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물들의 돌조각들이 외벽에 박혀 있다. 모두들 건축가의 개성이 묻어나는 덩치 큰 작품들이다.

 

고풍스런 시계탑이 상징인 리글리 빌딩은 르네상스 양식이 가미돼 있다.

 

시카고강을 거스르며 이어지는 건축물 투어 크루즈는 이곳에서 인기가 높다. 아담한 강변 좌우로는 구식 슬라이드처럼 건물군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건물에 관한 뒷얘기와 건축가에 대한 설명은 잔잔하게 곁들여진다. 

 


재즈, 블루스 선율에 취하다


도심에 흐르는 재즈 운율은 투박한 콘크리트 건물을 감미롭게 변질시킨다. 시카고는 ‘올 댓 재즈’ 등을 히트시키며 영화로도 제작된 뮤지컬 [시카고]의 배경이 된 곳이다. 1920년대까지만 해도 시카고는 재즈의 중심지였고 각지의 재즈, 블루스 연주자들이 성공을 위해 대도시 시카고에 몰려들었다. 무디 워터스(머디 워터스), 척 베리 같은 유명 가수가 시카고에서 활동했다.

 

골목 바에 들어서면 재즈, 블루스의 향기가 묻어난다.

주말 밤 열리는 블루스 공연은 깊은 감동으로 다가선다.

 

즉흥 연주처럼 정열적이고 자유로운 면면은 도시 깊숙이 흐른다. 주말이면 재즈와 블루스에 심취해 맥주 한잔 기울이는 것은 시카고 여행의 최대 호사다. 이곳 재즈 감상에는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악사들의 연주와 노래는 최고 수준급이고 관람객들은 공연이 끝날 무렵이면 모두 어우러져 몸을 흔들며 음악에 빠져든다. 감동은 도시의 밤 공기에 오래도록 맴돈다. 블루스와 재즈 페스티벌 외에도 가스펠, 라틴 음악 페스티벌이 연중 이 도시에서 펼쳐진다.

 

밤거리를 채색하는 것은 재즈 선율뿐이 아니다. 시카고의 야경도 명성 높다. 미시간호애들러 천문대 앞이나 존 핸콕 센터는 시카고의 그윽한 풍경을 음미하는 포인트로 알려져 있다.

밀레니엄 파크의 현대 조각 [Cloud Gate]. 밀레니엄 파크는 시카고의 새로운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 시카고의 상징으로 주목받는 곳은 2005년 문을 연 밀레니엄 파크다. 상상을 뒤엎는 현대 건축들이 공원을 채우고 있다. 은색 땅콩 모양의 조각품과 비디오스크린을 배경으로 다양한 인종이 등장하는 분수 등은 이색 볼거리다.

 

시카고는 오대호를 연결하는 수로 교통의 요지, 세계 선물 거래의 중심지로 명성을 떨쳐왔지만, 다양한 박물관의 도시로도 인상 깊다. 필드 자연사 박물관, 시카고미술관 외에도 페티시즘 문화 등을 전시한 가죽 문서 박물관(레더 문서관), 게이 레즈비언 자료를 다루는 거버/하트 도서관(Gerber/Hart Library) 등이 이색적이다.

 

시카고 컵스의 홈구장인 리글리 필드.

밀레니엄 파크의 대형 오브제인 분수대에는 전 세계 인종들이 스크린에 등장한다.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 불스나 명문 야구단 시카고 컵스 역시 도시를 채우는 한 단면들이다. 청춘들이 몰려드는 할스테드(Halstead) 거리를 걸으며 두툼하기로 소문난 시카고 피자를 맛보거나, 강 북쪽 부두 네이비 피어에서 아마추어 음악가들의 거리공연만 기웃거려도 도시의 잔영은 깊게 다가선다.

 

가는 길
인천에서 시카고까지 대한항공, 아시아나 직항편이 운행 중이다. 시내에서는 시카고의 명물 교통수단인 고가철도 루프를 이용하면 다운타운을 쉽게 구경할 수 있다. 시카고 강변의 주요 관광지들은 걸어서도 둘러볼 수 있다. 관광전용 트롤리 버스도 도심에서 운행된다. 시카고 관광 홈페이지(www.choosechicago.com)에서 공연 및 숙소, 레스토랑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글·사진 서영진
여행 사진가, 칼럼니스트. 신문사에서 6년간 여행담당 기자로 일했다. 서울 모처에 작업실을 두고 10년째 국내외 600여 도시와 사람들 얘기를 사진과 글로 담아내고 있다. (http://blog.naver.com/tour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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