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9/10(금)
천재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서번트(Savant)'  
 
왼쪽의 말 그림을 보라. 이 그림은 마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동물드로잉을 연상시킬 만큼 역동적이다. 숙련된 예술가가 아니고서는 그릴 수 없어 보이는 이 그림은 놀랍게도 유치원에 다닐 나이의 소녀가 그린 그림이다.

이 그림에 대한 일화는 매우 흥미롭다. 그림을 그린 나디아라는 소녀는 미술교육을 받지 못했으며, 설령 교육을 받았다 하더라도 장기간 수련을 거칠 수 없는 어린 나이였다. 게다가 말의 사진을 보고 그린 것이 아니라 잠깐 말을 구경한 후 집으로 돌아와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우리는 피카소가 “나는 8살 때 라파엘로처럼 그릴 수 있었다.”라고 말한 것을 떠올릴 수 있다. 그렇다면 나디아라는 소녀에게 피카소에 필적하는 재능이 있었던 것일까?


나디아는 그림 실력 외에도 주목할 만한 요소를 갖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나디아의 선천적인 병, 자폐증이었다. 다른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언어를 배워갈 때, 나디아는 전혀 진도를 나가지 못했다. 그녀의 부모는 나디아의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으나, 자폐증 환자가 정상인이 되는 경우는 희귀한 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나 하늘이 도왔던 것일까? 나디아는 곧 언어능력을 회복하게 된다. 다른 아이들처럼 ‘엄마, 아빠’등의 단어를 배우기 시작하고, 언어사회에 적응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또 흥미로운 일이 일어난다. 나디아의 그림 실력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나디아는 오른쪽의 그림처럼 일반적인 아이들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다시는 생동감 있는 말을 그릴 수 없었다.

나디아의 놀라운 그림은 대체 어디서 기원한 것일까? 자폐증과 미술 실력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일까?


나디아는 뇌 기능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는 매우 귀중한 사례라고 한다. 그리고 이처럼 자폐증을 앓고 있으면서 천재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서번트(Savant)'라고 부른다. 드물기는 하나, 나디아와 유사한 사례는 여럿 찾을 수 있다. 잘 알려진 영화 <레인 맨 (Rain man, 1988)>은 바로 이런 서번트를 다루는 영화로, 더스틴 호프만이 연기했던 서번트는 실존인물이기도 하다. 킴 픽(Kim Peek)이라는 이름의 이 서번트는 영화를 통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는데, 그는 놀라운 기억력의 소유자로서, 한 번 읽은 책의 98%를 기억한다고 한다.
 


자폐증은 과연 천재성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이 분야를 평생 연구했다고 하는 데럴드 트레퍼트 박사는 이 증상이 ‘좌뇌의 손상’에서 기인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좌뇌는 언어와 논리를 담당한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그림의 달인이었던 나디아가 언어를 배우는 데 성공하면서 그림실력이 사라졌다는 사실은 트레퍼트 박사의 견해와 아귀가 맞아 보인다.

그렇다면 ‘언어’가 인간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 단순하게 말을 할 줄 알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사고방식, 재능까지도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일반적인 아이가 크레파스로 사람의 얼굴을 그릴 때를 생각해 보라. 아이는 큰 동그라미로 얼굴의 윤곽을 잡고, 작은 동그라미 둘을 그려 눈을 만든다. 그리고 삼각형의 코를 그리고 직선으로 입을 그린다.

이것은 인간의 얼굴을 베껴낸 이미지가 아니라 눈, 코, 입을 상징하는 기호들의 조립체로 볼 수 있다. 즉 아이의 그림은 대단히 언어적인 것이다.

뇌와 인간의 재능에 대해서는 많은 부분이 여전히 미스터리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인간이 ‘언어’라는 사유의 도구를 얻음으로써 잃는 것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언어 때문에 귀중한 것을 잃게 된다는 ‘바벨탑’ 이야기가 그저 옛날이야기이기만 한 것은 아닌 것이다.

자크 라캉은 사람이 언어를 배우는 시기, 즉 언어 체계의 장에 뛰어들 때 큰 전환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라캉의 관점은 분명 차이가 있겠지만, 언어가 인간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은 여러 분야의 공통된 견해이기도 한 것이다.
written by Joe (braincase@artnstud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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