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南 山
2009/10/4(일)
월출산 ‘기찬묏길’에서 氣 채우세요!  

월출산 ‘기찬묏길’에서 氣 채우세요!
1구간 5.5㎞ 개방…풍수지리에서 가장 기 센 지역으로 꼽아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가장 기(氣)가 센 산은 계룡산으로 알려져 있다. 계룡산은 조선 태조 이성계의 스승인 무학대사가 최고의 명당으로 꼽아 조선 도읍으로 정하려고 했던 산이며, 한때 무속인들이 계룡산의 기를 받으러 전국에서 모여들기도 했다.

그러나 풍수지리에서 기가 센 산으로는 단연 영암 월출산을 꼽는다. 조선시대 지리학자이자 풍수가인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월출산을 ‘화승조천(火乘朝天)의 지세’라고 했다. ‘아침 하늘에 불꽃처럼 기를 내뿜는 기상’이라는 말이다. 아침 하늘에 불꽃처럼 기를 내뿜으면 어느 정도일까? 가히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기다.

또 있다. <동국여지승람>에선 영암이란 지명이 ‘3개의 신령스런 바위가 있는 지역’이란 뜻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신령스런 바위가 있다는 얘기는 ‘영험한 기가 많이 흐른다’는 의미와도 통한다.

▲ (위) 월출산 정상에서 바라본 영암. 화승조천 지세의 월출산 암봉과 드넓은 영암평야 가운데 영암읍내가 둥지같이 자리 잡고 있다. (아래) 월출산 암봉에서 나오는 기를 받으며 걷는 길인 기찬묏길을 올 7월 초 처음으로 개방해 새로운 걷는 길로 인기를 끌고 있다.

조용헌은 자신의 책 <사주명리학 이야기>에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조선시대 남자들이 모이는 사랑채에서는 <정감록>이 가장 인기 있는 책이었고, 여자들이 거처하는 안방에서는 <토정비결>이 가장 인기였다는 이야기는 바로 풍수도참과 사주팔자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풍수에서는 산의 형체를 오행의 형태로 설명한다. 종교인들이 기도를 하면 기도발이 잘 받는 산을 화체(火體)의 산이라 한다. 불꽃처럼 끝이 뾰쪽뾰쪽한 산이 화체의 산으로 영암 월출산이 대표적이다.’

‘화승조천의 지세’나 ‘화체의 산’은 육산(肉山)에서는 불가능하다. 맥반석으로 된 화강암 바위산이라야만 가능하다. 실제 기가 얼마나 센지 영암군에서 수맥전문가나 풍수학자를 동원해서 조사했다고 한다. 구체적인 자료는 없지만 눈에 보일 정도로 기가 느껴졌다고 한다.

그러면 기란 무엇일까? 왜 사람들이 그 기를 받으려고 부산하게 움직일까?

몇 가지 재미있는 얘기가 있다. 관선군수 시절 부군수가 새벽에 1000번 월출산에 오르면 군수로 승진한다는 말이 돌았다. 실제로 1000번은 아니더라도 100번 올라 산악회에서 기념패를 받은 군수가 있다고 한다. 현 김일태 군수도 매일 월출산 언저리를 밟는다. 그가 직접 만든 ‘기찬묏길’을 걷는다는 사실만으로도 흡족할 뿐 아니라 주민들의 사정을 파악하고 더욱 친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주변에서 김 군수도 최소 3개월에 한 번씩 천황봉에 오른다고 했다.

▲ (좌) 대나무와 참나무 사이로 놓인 돌포장길을 따라 걷고 있다. 기찬묏길은 돌길, 벽돌길, 흙길, 나무데크길, 자갈 같은 작은 돌길 등 다양한 길로 조성돼 있다. (우) 남부지방에서 드문 적송 군락지가 길 양옆에 있는 기찬묏길은 또 하나의 볼거리다. 이 구간은 벽돌길로 조성했다.

월출산에는 각종 기이한 바위들이 즐비하다. 남자가 여자의 허리를 끌어안고 뜨겁게 포옹하는 듯한 사랑바위, 남성의 생식기같이 생긴 남근바위, 바로 건너편에는 여근바위 등 기의 본질과 관련된 바위가 많다. 보지 않고 듣기만 해도 기가 넘치는 느낌이다.
사람들이 기를 구할 때는 대부분 출세를 원하거나 후손을 바랄 때다. 출세나 자식은 에너지의 충만으로 해결된다. 우뚝 솟은 각종 바위는 기가 솟는 듯한(실제 솟게 하는지도 모른다)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청춘남녀에게 뜨거운 사랑을 주기엔 부족함이 없다. 이 모든 것이 월출산의 힘이고, 기의 힘이다.

월출산이 주는 그 힘과 아름다움은 예로부터 많은 문인의 작품과 칭송의 대상이 돼왔다. 고려시대 시인 김극기는 “월출산의 많은 기이한 모습을 실컷 들었거니와 그늘지면 개이고 더우면 그늘지는, 추위와 더위가 서로 알맞은 산이로다”라고 예찬했다. 조선시대 김시습도 “남쪽 고을의 제일가는 그림 같은 산이 있으니, 그곳의 달은 청천에서 뜨지 않고 이 산으로 오르더라”고 노래했다. 윤선도도 <산중신곡>에서 구름 걸친 월출산을 신선이 노는 ‘선경’으로 표현했다.

영암군은 이 넘쳐흐르는 기를 어떻게 활용할까 장기간 고민에 빠졌다. 지역 출신 석학들을 초청해 싱크탱크를 만들어 이미지 메이킹 연석회의도 여러 번 열었다. 그 결과 몇 개 개념으로 정리했다. 왕인 박사·도선 국사 등을 배출한 유서 깊은 역사와 전통의 정기(精氣), 월출산 자연환경에서 느끼는 신기(神氣), 가야금 산조 등을 태동시킨 문화의 창조적 역량을 지닌 생기(生氣), 대불자유무역지역 등 동북아 물류거점으로의 활기(活氣) 등으로 개념화했다. 이 추상적 개념을 관광자원으로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했다.펌..글 박정원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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